고양이도 백혈병에 걸린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몇몇 보호자들에게 '고양이 백혈병'은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는 질환입니다. 어쩌면 사람의 '백혈병'과 비슷한 질병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사람의 백혈병과는 달리 고양이 백혈병은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전염성 질환입니다. 고양이 백혈병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더라도 어린 고양이들이 잘 걸리는 '범백'을 고양이 백혈병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두 질환에서 백혈구 감소라는 공통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 보호자들은 고양이 백혈병을 범백이라고 쉽게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질환의 원인체가 파보 바이러스인 범백과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가 원인체인 고양이 백혈병은 엄연히 다른 질환입니다. 또 고양이 백혈병은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인식에 우리 고양이는 감염되지 않겠지? 라며 적극적인 예방에서 나서지 않는 보호자들도 많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고양이 백혈병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고양이 백혈병 발생원인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양이 백혈병의 원인체는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입니다.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는 감염된 고양이의 침이나 콧물, 혈액 등 체액이나 분변을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한 마리 이상의 고양이를 키우는 다묘가정에서 백혈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고양이가 발생한다면 다른 고양이들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격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고양이가 임신 또는 수유를 하는 경우 새끼 고양이도 감염될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의 감염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다고 할 수 있는데요. 물론 고양이에게 흔히 발병하는 허피스 바이러스 감염증보다는 감염 수치가 낮지만 고양이 백혈병은 치사율이 훨씬 높은 위험한 질환입니다.
우선, 고양이 전염병의 일부는 급성으로 발현되지 않고, 종종 고양이 몸속에 잠복하는데요. 고양이 백혈병 역시 이 같은 잠복 감염의 대표적인 질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고양이라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외형적으로는 건강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고양이의 30% 정도가 이 같은 잠복 감염 상태라고 해요. 다른 전염성 질환에 비해 고양이 백혈병에 대한 보호자들의 경각심이 낮은 것은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방 접종과 검진
그렇다면 고양이 백혈병은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요? 가장 일반적인 예방활동은 '예방 백신 접종'입니다. 특히 보호소 고양이, 분양업체에서 키우는 고양이, 다묘 가정 고양이는 꼭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하는 게 좋습니다. 한 마리 이상의 고양이가 같은 곳에서 함께 산다면 밥그릇과 물그릇을 공유하거나, 고양이끼리 서로 그루밍을 해주는 경우가 많아 타액을 통한 감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다면 백신 접종은 아무런 효과가 없으므로 접종하기 전에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함께 하는 반려묘가 외출을 즐기는 외출냥이 거나 고양이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게 되는 경우에도 사전 검사와 백신 접종은 필수적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새로운 고양이를 입양할 때도 집으로 데려오기 전에 반드시 바이러스 감염여부를 확인한 뒤, 백신 접종을 시행해야 합니다. 다만,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고양이 백혈병을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으므로 주기적으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낮은 확률이지만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 백신이 주사 부위에 피부 종양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위험보다는 질환 자체 위험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증상과 진단
고양이 백혈병의 증상은 특별한 특징이 없거나, 아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비교적 특징적인 증상으로는 종양이나 빈혈일 있지만 면역 결핍이 따를 경우 위장관과 비뇨기, 안과, 근골격계 질환등 거의 모든 장기에 영향이 미칠 수 있습니다. 또한 면역 결핍으로 인해 2차적으로 다른 감염성 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 백혈구 증가 및 감소증 역시 고양이 백혈병의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고양이 백혈병에 대한 예방적 검사를 하는 경우, 통상적으로는 키트 검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다만 키트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거나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확정 진단을 위해 추가적인 검사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양성 진단을 받았다면 4주 뒤 재검을 통해 지속적으로 바이러스를 확인해야 하며, 고양이의 상태에 따라 반복적인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키트 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온 경우에는 감염 가능성을 어느 정도 배제할 수 있지만,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길에서 구조한 고양이거나 바깥 생활을 자주 하는 냥이 혹은 외출냥이라면 2개월 후 재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앞서 설명한 잠복 감염의 경우, 혈액이나 타액을 통한 검사로는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하는데요. 이런 경우에는 골수를 채취해 바이러스를 분리한 뒤 식별하거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습니다.
백혈병에 걸린 고양이 돌보기
확정 진단받은 후에는 적절한 치료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인터페론이나 면역촉진제를 이용한 면역 치료와 함께 종양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에 맞는 항암요법, 면역 결핍일 경우에는 가 증상에 따른 치료를 하게 됩니다. 진단을 받았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 감염인 고양이는 조금 더 체계적이고 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백혈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고양이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있지 때문에 제한적으로 실내에만 머물러야 하고,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면역 결핍으로 인한 2차 감염등을 예방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추가 접종을 시행하고, 심장사상충 또한 예방해 주어야 합니다. 동물 병원에서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받는다면 고양이의 예후에 더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고양이 백혈병 완치를 장담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으며, 마찬가지로 치료제 또한 존재하지 않습니다.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면 아픈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거의 모든 고양이 질환에 있어서 '스트레스'는 그 어떤 바이러스보다도 치명적이고, 동시에 그 어떤 치료제보다도 효과적인 존재나 다름없는데요. 다른 질환들과 마찬가지로 고양이 백혈병 역시 스트레스 상황에서 더욱 쉽게 유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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